이 블로그의 모든 레시피는 주먹구구식으로 한국 남성이 대충 보고 만들기에 좋게 만들었으니 장인정신으로 한 땀 한 땀 빚는 술은 기대하지 마십시오 ㅋㅋㅋ.
오늘은 찹쌀막걸리를 만들어보려고 했다.
준비물은 찹쌀 500g+500g(덧술용), 끓여서 차게 식힌 물 1L(삼다수 쌉가능), 블라인더,면보, 찜기(나무 찜기가 고두밥 만들기 좋다는데 어쩌라고 그냥 나는 스테인리스다.), 발효통(뭔 항아리를 삽니까? 우리 남자들은 다이소에서 한 3L 짜리 사면 됩니다), 누룩 150g(S.P 300 정도 기준).
쌀의 양의 1.2배 물을 쓰는 게 일반적이나 물의 양을 적게 해서 술을 달게 만들려고 한다.
누룩은 쌀양의 10%~15%가 좋다. 누룩 많이 떄려 넣으면 누룩냄새가 나고 쓰다... 난 쓴 게 싫어...
1. 먼저 쌀을 씻는다. (맵쌀은 10번 찹쌀은 12번 씻어서 물이 맑아질 때까지!)
이 과정은 쌀에 붙어있는 이물질, 단백질, 무기질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런 것들이 발효를 방해해서 이취가 나게 하거나 술이 시어지게 하는 요인이라네!
주의할 점은 반드시 천천히 애기 머리 감기듯 씻어야 한다. 쌀이 깨어지면 술이 써진다.
필자는 성격이 급해서 좀 빨리 씻었는데 이게 뭔 일이래....
쌀 불리는 과정에서 소리가 타다닥 타다닥 나길래 확인해 보니 쌀이 물을 먹으면서 금이 가고 있었다....
아마 묵은쌀이라서 쌀이 좀 약했던 거 같다....
2. 물에 2-3시간 담가 놓고 30분에서 1시간 물을 뺸다.
30분 이상 물을 안뺴면 물이 쌀을 찌는 동안 밑으로 내려가서 고두밥이 고르게 안 만들어진다. 이걸 수막현상이라고 하나?.... 어쨌든 조상님들의 레시피는 다 이유가 있느니라.
아 이런이런... 쌀이 너무 부서져있어서 망했다...
어쩔 수 없지... 그냥 쌀을 다 부서 버리자... 가루를 내어버려야지 ㅋㅋㅋㅋㅋ
왜 가루를 내냐고요? 백설기를 만들 거거든요ㅋㅋㅋㅋ
3. 쌀을 말린 다음 가루를 낸다.
사실 귀찮아서 다 못 말리고 그냥 갈았다 ㅋㅋㅋ. 생각보다 잘 갈린다,
4. 채를 쳐서 곱게 내려준다.
5. 젖은 면포에 싸서 찐다. (한 10-15분이면 되는 듯)
6. 백설기를 찢어주고 식혀준다.(20도까지 낮추면 굿! 온도가 25도 이상 올라가면 술이 시어진다네요...)
7. 백설기를 물 1L에 풀어준다.
찹쌀로 만들었더니 안 풀어져서 뒤질 뻔했다...ㅋㅋㅋㅋ빨리 식히려고 냉장고에 삼다수 때려 놓았다가 빼서 썼는데 손 넣고 백설기 풀었더니 온도 올라가서 실온 비슷해졌다 ㅋㅋㅋ.
8. 누룩을 150g 넣고 열심히 섞어준다. (쥐어짜면 안 되고 살짝 쥐듯 거품을 만들며 조물 조물)
9. 3L 통에 담는다.( 통의 2/3 정도가 차는 게 이상적이다.
10. 24시간마다 흔들어주고 주위를 닦아준다. 이틀 후 보글보글 끓는 게 확인되면 그때가 덧술 타이밍이다!
미생물이 가장 많이 번식했을 때 추가로 덧술 해준다.
11. 찹쌀 500g으로 고두밥을 짓고 덧술 해준다.
12. 한 2주 기다리면 맑은술이 위로 뜨고 쌀은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13. 기다리다보면 둥둥 떠있는 쌀이 가라앉고 건들였을때 기포가 안올라오는 타이밍이 있다. 필자는 이 타이밍에 채주해서 오래 숙성시켜 먹는다.
백설 이양주의 맛은 달달한 요구르트를 술에 섞어 놓은 맛인데 시중에 판매하는 막걸리에 비해 복합적인 맛이 난다. 역시 채주 직후는 맛이 떫다. 숙성시키면 어떨지 정말 기대가 된다. 숙성 후기는 다음글에 적어보겠다.
'술' 그 말의 어원은 '수+불' 즉 부글부글 끓는 물이 불같다고 해서 술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술은 부글부글 끓는 뜨거운 발효과정을 지나 차거운 냉장 숙성 기간을 거처야 그 맛이 부드러워지고 가치가 올라간다. 계속 술을 발효 상태로 둔다면 술은 쉬어버린다.
부글부글 끓는 혈기를 식히는 과정이 있아야 사람 역시 성숙해진다.
끓는 마음을 식히고 이를 악물고 웃는 표정을 지어야한다. 부드러워져야 한다. 그래야 이 사회에서 나의 가치가 올라갈테니...
그래도 왜 난 아직 모난돌 같은 막 채주한 술이 좋은지 모르겠다...철들지 않는 모난 돌... 숙성되지 않는 떫고 쓴 술 같던...성숙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비겁하지 않았던 시절이 그립다... 이렇게 나도 냉장 숙성되어 간다 ㅋㅋㅋㅋㅋㅋ